말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친구가 왔다. 특별히 말이와 약속을 한게 아니었으니까 친구에게 아는 척을 했다. 이 친구는 얼마 전 결혼을 했는데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사태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한채 연신 헤벌레 웃고 있었다. 일종의 사회 환각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. 어이가 없고 불쌍하기도 해서 내가 넌즈시 '결혼 하니까 좋아?' 하니까 이 바보가 일량의 망설임도 없이 '응' 해버리는 게 아닌가.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. 오늘 술 값은 절대 내가 내지 않으리라고.